top of page
tulips-g306bbb1d0_1920.jpg
[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때를 기다렸다가 하는 고백도 있고, 무심코 자신도 모르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는 고백도 있다. 하지만 사노 만지로는 절대 충동적으로 할 마음이 없었다. 말하자면 마이키는 전자였다. 하나가키 타케미치가 평소와 같이 자신을 대해주는 때를 틈타 말로 전할 생각이었다. 더 미룰 생각도 없었고, 고백할 타이밍은 그때뿐이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오늘, 이 순간만을 계속 기다려온 마이키였다. 제일 먼저 살며시 꽃을 내밀고, 마이키는 진지하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나가키 타케미치, 널 좋아해.”

 

   진한 보라색의 튤립. 방금 마이키가 타케미치에게서 구매한 꽃들 중 한 송이었다. 생기 넘치는 꽃잎이 거짓이라고는 일체 없는 마이키의 마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긴장감이 없지는 않았다. 작은 수줍음도 물론. 상대는 그간 짝사랑한 상대이다. 하물며 타인에게 고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당당히 마주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겨우 발견한, 자신만의 히어로와 다름없는 존재가 오늘도 눈앞에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있어주길 바라니까. 마이키는 타케미치를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놀란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가키 꽃집. 하나가키 타케미치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로 이 부근에서는 상당히 소박한 곳으로 손 꼽혔다. 하지만 그만큼 아담한 분위기가 있어 꽤나 소문이 자자했다. 비록 소문에 비해 많은 손님이 오지는 않았지만 입으로는 알려진 곳이었다.

    타케미치는 이마에 난 땀을 팔꿈치로 대충 닦았다. 자신보다 몇 배나 무거운 화분을 여러 개 옮긴 탓이었다. 체력이 빠져 힘들었으나 그것과는 다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혼자 하는 일이고, 가끔은 외롭게도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하고 나면 뿌듯한 게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꽃이라면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만큼 식물들은 타케미치에게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이 가게를 부모님께 물려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선반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 쪽이지. 눈을 조심히 굴려 바라보니, 가게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웬 흑발 남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아, 마주쳐버렸다···.’

 

   왠지 목에 문신을 한 사람이라 무서운데. 그런 생각도 잠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게를 향해 남자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약간 긴장되기 시작한 타케미치였지만 일단 손님이라면 별 수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로 앞까지 오기를 기다렸다. 벌써부터 손에도 땀이 흥건해지는 느낌이었다. 곧이어 그가 가게 앞으로 왔고 타케미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

 

    이상하게도 남자는 타케미치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짤막한 인사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행동도 보이지 않으며 그저 타케미치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타케미치는 순간 식물의 냄새로 가득했던 공기가 숨 막히는 공기로 바뀐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아, 저거 줘.”

 

    타케미치가 말을 다시 걸자 그는 그제야 질문을 들은 것처럼 말하며 손가락으로 해바라기를 가리켰다. 망설임이 없는 대답. 오기 전에 이미 어떤 꽃을 살지 고민하고 온 걸까 싶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것일 수도 있고.

 

   “해바라기 말이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타케미치는 속으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바로 움직였다. 꽃을 들어 계산대로 옮기고, 예쁜 종이로 감싸기 시작했다. 물론 그 남자도 타케미치를 따라 계산대 앞으로 왔다.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타케미치는 무시했다. 아무래도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곧 계산해야 하는 터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소용이었지만 말이다. 카드를 건네받고, 계산한 후에 포장한 꽃과 함께 다시 돌려주는데 그 순간 역시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눈동자가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시선이 마주쳤으나, 일어나면 무서울 것만 같은 정적이 발생하기 전에 애써 미소를 띄워보였다.

 

   “여기요!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자는 이번에도 역시 카드와 꽃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본래 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 걸까 싶었지만 남자의 외관으로 보아 반대여도 무서울 것 같았다. 기가 센 사람 앞에서는 원래 약한 타케미치였지만 저렇게 훤히 보이게 문신을 하고 다니다니. 분명 보통 무서운 사람이 아닐 것이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타케미치의 말에 더 머무를 생각은 사라졌는지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빠르게 멀어져 갔다.

   다음에 또 오세요!

   남자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에 예의상으로 외친 말이었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그러지 않길 바랐다. 그야 무서우니까. 일개 꽃집 사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 싶겠지만 일개여서 더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타케미치는 괜히 더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바로 몸을 움직였다.

 

   투블럭을 한 흑발에, 목에 선명하게 드러난 검은 용 문신. 놀랍게도 타케미치가 무섭다고 느낀 그는 이후로 꾸준히 방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심지어 같은 요일에. 무엇 때문에 꽃을 그렇게 자주 사 가는지는 몰라도 타케미치에게 있어서는 단골이 생긴 것이었으니 이득이었다. 대신 약간의 무서움을 감당해야 했지만, 그것도 며칠뿐이었다. 사노 만지로라고 하는 인물은 생각만큼 결코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정하고 차분하고 세심한 사람이었다. 애인이 있다면 분명 상대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노는 좋은 성격이었다. 이름과 성격, ‘마이키’라는 별명을 알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친한 친구가 생긴 것만 같아 좋게만 느낀 타케미치였다. 나이는 마이키쪽이 한 살 위이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친구처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다. 직업이나 개인 생활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따뜻한 관계를 유지했다. 사장과 단골손님의 관계로.

    그래,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딱 한 가지, 만난 처음부터 이어져 온 행동인, 때때로 자신을 지긋이 바라본다는 것만 빼면. 무서움이나 두려움의 감정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타케미치가 말을 먼저 꺼낸 것이 몇 번이나 되었다. 다만 그게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마이키가 때마다 타이밍 좋게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슨 얘기를 할지 알고 있다는 듯, 다른 애기로 화제를 바꾸거나 이만 가보겠다며 사라졌다. 감이 얼마나 좋은 건지 참 놀라웠다. 그래도 타케미치는 그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아서 그런 것일까. 자신도 참 한 번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많이 유해지구나 싶었다. 착각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지만.

 

 

   ‘…타케밋치는 왜 꽃집 일을 하는 거야?'

   ’감기 조심해, 타케밋치.‘

   ’다음 주에 또 올게.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는 마이키의 눈빛은 오로지 타케미치만을 담아냈다. 처음 봤던 그날부터 계속. 푸른 눈동자가 마이키의 눈길을 이끌었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부각시키기에는 충분한 밝기였다. 타케미치란 사람 자체에는 아무런 마음 없었다. 당연했다. 그저 시선을 빼앗겨 멀리서 잠시만 바라볼 정도의 사이일 뿐이었으니. 단 눈이 마주치고 난 후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가까이서 바라본 눈동자는 훨씬 더 청명했다. 눈부시게 밝고, 자신에게 지어주는 웃음까지. 전부 마음을 울리고야 만 것이다.

    한 눈에 반하고 만 마이키는 몇 번이나 꽃집에 들렀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러가기 위해 이끌리듯 발을 옮겼다. 약 두 달.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고, 타케미치한테 별명을 붙여주고, 이제는 편하게 이름을 부를 사이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어진 고백.

 

    ”널 좋아해, 하나가키 타케미치.“

 

    타케미치에게 있어서는 갑작스러운 고백이 될 터였다. 하지만 마이키는 더 이상 마음을 숨기기지 않았다. 숨길 정도의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유혹을 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앞의 이유들로 거절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기에 마이키는 이미 내심 각오를 굳혔다. 지금, 타케미치에게 짓는 미소와는 다른 속마음이었다.

    놀란 듯한 표정.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 마이키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고백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맑은 미소만으로 제 고요한 인생 속에서 나타난 타케미치는 계속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저만의 히어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거면 됐다. 지금까지(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지만.) 쌓아온 관계가 무너져도 상관없었다. 멀리서라도 타케미치만을 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그러나 이내 타케미치의 놀란 표정도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다소 늦은 반응이었지만 마이키는 변화를 바로 눈치 채었다. 타케미치가 자신에게 내밀어진 꽃을 받아들이더니, 환하게 웃었다.

 

    ”저도, 저도 정말 좋아해요, 마이키 군!“

 

    타케미치가 마이키의 고백을 받았다. 엄청 행복한 표정을 하면서. 마이키는 멍하니 타케미치를 바라보다가 조심히 물었다.

 

    ”···무슨 뜻인지 알고 그러는 거야?“

    ”당연하죠! 저 꽃집 사장이라고요?“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 말. 타케미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설마 꽃말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마이키다. 보라색 튤립. 영원한 사랑. 그리고 영원하지 않은 사랑. 참 극단적이게도 갈라진 꽃말이었다.

    만약 타케미치가 지금 이 고백을 거절했다면 마이키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은 것으로 결말을 맺고 말았겠지.

 

    하나가키 타케미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이키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지만 단연코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마이키가 빤히 바라보더라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되돌아보면 점점 마이키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든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면 그게 보통이라며 할 수도 있었겠지만 타케미치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마이키가 오는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떠오르고, 당일 몇 시간 전만 되면 멈출 수 없이 가슴이 떨려왔다. 콩닥콩닥. 절대 일반적인 관계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과 느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 얼굴만 보면 나타나는 선명한 설렘.

    어떠한 이유로, 언제부터 그랬는지 단언할 수는 없었다. 그건 타케미치 자신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차분한 흑발 아래에 드러나는 작은 미소 때문일 수도 있었고, 별명을 붙여준 게 마이키가 처음이라, 또 어쩌면 감기 조심하라는 다정한 말을 들어서였을 수도 있었다. 추측이 서린 나열만 가능할 뿐. 그저 날이 갈수록 타케미치는 마이키를 기다리게만 되었다. 차마 고백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던 타케미치였지만 착각이라 생각했던 마음만큼은 깨달았다. 물론 갑작스레 다가온 마이키의 고백에는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아마 타케미치처럼 꽃에 지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알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친한 사람으로서의 호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하지만 타케미치는 마이키의 마음을 들었다. 받았다. 이제는, 둘이서 사랑스러운 매일을 보낼 일만 남았을 뿐이다.

뒤로-removebg-preview.png
@ 사이트 하단의 출처를 표시한 이미지 외에는 모두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bottom of page